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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부하를 잃지 않는 상사가 되라
 
몇 년 전 한국 퍼포먼스센타가 주최한 인력 개발 세미나에서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페르소나 인터내셔널사의 HR전문가 존 곤스틴 박사는 “직장인의 이직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상사를 떠나는 것”이라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인재가 떠나거나 조직에 남는 이유 중 대부분은 직, 간접적으로 상사와 연관되어 있다. 올해 초 국내의 헤드헌팅 업체인 아인스파트너가 전국 남녀 직장인 1,1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보면 응답자의 75.6%가 직장 상사와의 마찰로 인해 퇴사 또는 이직 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인재 유지의 최종적인 책임은 바로 인재를 휘하의 부하 직원으로 두고 있는 상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HR부서는 인재 유지를 위한 가이드와 전술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상사를 통해 회사의 문화와 수준을 가늠한다. 동시에 상사는 회사의 요구와 기대를 부하에게 전달하고 이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창구가 됨으로써 회사와 인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유능한 부하를 잃지 않는 상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1. 부하 직원을 동료로 인식한다 
 
우수한 역량을 지닌 부하를 잃지 않으려면 이들을 아랫사람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하는 동료(Colleague)로 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수와 베드로, 부처와 가섭 그리고 유비와 제갈공명의 예처럼 훌륭한 리더들은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까지 인재들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자나 부하를 아랫사람(Subordinates)이 아닌 협력자이자 동료로 존중하고 사랑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부하를 만나는 상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빌 게이츠는 스티브 발머를 직급과 나이를 떠나 훌륭한 동료로 여겼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을 위해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의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상사들이 부하들을 자신과 함께 성공을 만들어가는 동료라기보다는 자신의 지시를 받는 아랫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료와 아랫사람은 업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부하 직원을 아랫사람으로만 여기는 경우 업무는 주로 상사의 지시와 확인 위주로 이루어져 부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료, 즉 협력자로 여길 때 상사는 비로소 부하 직원의 적극적인 업무 주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과물이 상사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권위주의적인 질책은 피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부하의 열정과 업무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가치 있고 도전적인 일을 부여한다 
 
‘인재는 사랑하지 않으면 잃는다(Love’em or lose’em)’의 저자인 비벌리 케이와 샤론 에반스는 2001년 미국 내 직장인 1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직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하였다. 이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도전적이고 가치 있는 일’ 때문에 조직에 머무른다고 대답하였다(<표 2> 참조). 가치 있는 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부여 받은 인재는 외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법이다. 
 
상사는 먼저 부하 직원들이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에 회사의 비전과 직무의 가치에 대해 부하 직원들과 대화를 자주 나눌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연결하고 부하 직원이 미처 깨닫지 못한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상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업무를 맡길 때에는 부하의 실제 역량보다 약간 높다고 판단되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해주는 것이 업무 몰입과 직무 가치를 인식하는 데 효과적이다. 동시에 업무의 의미와 결과가 조직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구글의 영업담당 부사장인 쇼나 브라운은 인재를 스카우트하면서 “이봐 세계를 바꾸는 재미있는 일을 같이 한번 해 보자구!” 라고 말한다고 한다. 언뜻 보면 좀 과장되게 들리지만 자부심 강한 인재라면 이러한 비전에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  
 
가치 있고 도전적인 업무 부여로 상사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수행의 과정에서 상사의 적절한 지원과 아낌없는 조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필요한 기술, 정보, 인적 네트워크에 대해서 부하 직원과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무가 끝났을 때에는 반드시 성과에 대한 솔직하고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해 주도록 한다. 더불어 따스한 격려와 함께 휴식도 중요하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배려가 주어질 때 부하는 ‘정말로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상사가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성과의 창출과 성공 체험을 축적할 수 있게 해줄 때 유능한 부하는 쉽게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3. 부하의 경력 개발을 평소에 고민한다 
 
상사는 부하의 경력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인재의 성장을 지원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좋은 인재를 길러내는 상사를 떠나고 싶은 부하는 없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약해지면서 조직 구성원의 경력 개발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 주도형에서 개인 주도형으로 바뀌고 있는 경력 개발의 최근 트렌드를 감안할 때 상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계 기업 듀폰은 경력 개발에 신경을 써주면 인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개인별 맞춤 경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주고 있다. 대신 핵심 인재라 하더라도 별도의 금전적 보상이나 예우는 없다고 한다.  
 
부하의 경력 개발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먼저 상사는 평소에 부하의 역량과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유심히 지켜봄으로써 개별 육성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하의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과 관련 산업 정보, 회사 내의 경력개발 기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사는 부하의 미래를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가감 없는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상담 방식을 운영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부하라면 잘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가 유용하지만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부하에게는 적절한 경험담과 질문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이직 징후가 분명하거나 이직 의사를 밝힌 이후라면 이를 되돌리는 설득 노력은 무의미하다. 사전에 업무에 대한 적성이나 과부하 여부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불만이 커지기 전에 수평적인 직무 이동이나 성장과 학습의 기회 제공, 역할의 재조정 등 부하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상사는 평소에 부하의 경력 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결정적인 시기에 인재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4. 고충을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본다 
 
상사는 부하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고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바쁜 업무를 핑계로 부하와 직접적인 대화를 소홀히 하는 상사야 말로 인재를 조직에서 떠나게 하는 장본인이다. 일본 아사히 맥주의 전 회장 히구치 히로타로는 틈날 때마다 직원들을 붙잡고 “무슨 곤란한 일은 없는가?” 하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는 직원을 ‘열기구’에 곧잘 비유하곤 했다. 그들의 고민거리만 해소시켜 주면, 무거운 짐을 덜어낸 열기구처럼 어느 직원이나 반드시 상승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부하의 고충을 알았으면 빠르고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상사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시간이 필요하거나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받아야 하는 것 등으로 구분해서 부하에게 명확하게 알려 줌으로써 불필요한 불만을 예방해야 한다. 인재 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GE의 크로톤 빌 연수원 학장인 스티븐 커는 “우수한 인재를 화나게 하지 마라. 왜냐하면 그런 인재가 회사 성과의 대부분을 만들어 내고, 그들을 화나게 하면 조직을 떠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고충 상담 이후에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예 물어보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하의 고충을 해결해 주기 위해 애쓰는 상사는 인재를 조직에 머무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고충 해결은 상대방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더 많은 보상이나 빠른 진급의 보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개인적인 고충이 있더라도 상사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조직 생활의 현실이다. 정말로 중요한 고충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사가 먼저 부하의 어려운 점을 물어보고 파악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인재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5. 공정한 평가자로 인정받는다 
 
이상과 같은 육성의 노력과 더불어 상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자라는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유능한 부하를 지킬 수 있다. 얼마 전 끝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김인식 감독은 공정한 평가자의 좋은 예이다. 그는 기회는 균등하게 주되 선수 기용은 실력에 따라 냉정하게 결정함으로써 선수들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인재는 자신을 좋게 봐주는 상사보다 공정한 평가 능력을 가진 상사에게 더 인정받고 싶어하는 법이다. 상사가 부하들을 편애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인재를 잃는 지름길은 없다. 성과가 공정하게 평가되지 못하는 조직에 오래 머무르는 인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하로부터 공정한 평가자라는 인정을 받으려면 편견과 선입견을 극복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적성과 환경에 따라 발전과 성장의 속도가 다르다. 입사 초기에 눈에 띄지 않던 동료가 어느 시점을 계기로 무섭게 성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지 않으면 부하의 성장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에이브라함 링컨은 “만일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를 더 잘 알아야만 한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누구나 편견과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사고를 보여주는 모습 역시 중요하다. 과거의 방식과 원칙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지나치면 인재의 창조적인 발상과 새로운 도전 의지를 꺾게 되고 새로운 성과에 대해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를 수용하는 상사의 유연한 자세도 공정한 평가자라는 인정을 받기 위한 중요한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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